EUNJAE LEE
STUDIO
지하출판소 zihachoolpanso
​지하출판소
안녕하세요. 지하출판소의 문을 연 이은재입니다.지하출판소는 예술을 감상하는 관객의 경험에 집중하는 1인 출판사입니다. 출판물뿐만 아니라 관객의 경험을 분석하는 리뷰 컨텐츠를 제작하고, 관련된 워크숍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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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시작하게 되었나?

  지하출판소의 시작은 ‘예술의 유용성’에 대한 질문에 있습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예술의 정치적 효력과 사회적 기능에 대해 ‘다시’ 질문하고 실천하는 현대미술의 상황을 저도 뒤늦게 의식하며 공동체예술에 관심을 가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즈음 2014년은 예술가 사례비 지급과 예술인 복지법 시행에 맞물려서 한국의 많은 예술가들이 창작노동의 가치와 사회적 당위에 대해 활발하게 질문하던 해였습니다. 저 역시 당시의 분위기 속에서 예술의 유용성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사회적 모순 앞에서 예술이 무용해 보이는 순간들에 무력감을 느끼면서 저는 제 작업을 하기보다는 다른 작품들을 감상하는데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좋은 감상 경험들을 얻게 되었고, 각자의 서로 다른 감각을 작품을 통해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동시에 정치적인지를 절감했습니다.

  소설가 김연수의 단편 소설 ‘그건 새였을까 네즈미'에는 나이또오 죠오소오의 하이쿠가 나옵니다.  

"봄비가 오네 빠져나온 대로의 잠옷의 구멍"

이 하이쿠를 김연수는 소설에서 아래와 같이 풀어냅니다.

"아마도 밤의 속살을 적시는 봄비가 아니었더라면, 그 무엇도 잠옷 속의 쓸쓸한 나오또오를 움직이게 하지 못했을 테다. 결국 봄비에 마음이 먼저 움직인 뒤에야 나오또오는 몸의 형상대로 '요기(夜着)'의 그 구멍을 보게 됐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모두 그런 어두운 구멍이 있는 법이다. 그 어두운 구멍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구멍인 것이다."

 

  저는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 구절을 종종 떠올리는데요. 단순한 이해를 넘어서 서로의 구멍을 향하는 노력이 바로 예술의 몫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 존재를 감각하고, 이해 불가능한 그 구멍에 닿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좇아 작업을 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그 순간이 사실은 착각이어서 그것을 진짜라고는 말할 수 없을지라도,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미적 경험이야말로 예술이 예술로서 갖는 유용성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더디게 알게되었습니다. 목울대가 울렁거리는 공감의 느낌을 전시장의 작품을 통해 얻을 수 있게 되기까지 저에게는 꽤나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해와 오해의 확률이 작용하는 장에 작가와 작품 그리고 관객이 놓여 서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서야 감상의 행위를 더 가치있게 여길 수 있게 되었고, 공감의 기회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가 예술의 유용함을 누리는 관객으로 일상을 살아감에 만족하기까지는 어떤 사건과 경험의 축적이 작용한 것일지 궁금해졌습니다. 도무지 모르겠거나 나의 관심 밖이어서 오해했던 작품을 우연한 기회에 새로이 보게 되는 경험 / 주변 동료 작가의 창작의 추이를 오랜 시간 지켜보며 얻게되는 뜻밖의 감동 / 실연을 통해 관계맺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경험 / 그렇게 사회의 한 개인으로 성장하는 것 / 그리고 다시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만나는 경험...

 

  이어서, 저는 작품에 잠재된 유용성이 감상을 통해 발현되는 구체적인 경위가 궁금해졌습니다. 이 궁금함을 파헤쳐 어두운 구멍으로 가 닿는 순간을 조금 더 용이하게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결국에는 공감을 위한 테크닉을 파헤쳐보자는 뻔한 탐색일 수도 있습니다. 결론의 무의미함도 예상되고, 전체적인 방향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지만 앞서 말씀드린 궁금함에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서 지하출판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여, 우선은 관객을 ‘가리키는’ 것에서 출발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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